그렇게 시작된 자의 반 타의 반의 휴직 생활..
아버지께 새로운 생명을 드렸다는 자부심은
당시 나약한 내 마음으로는 오래가지 못했다.
한 여름의 복대착용으로 인한 땀띠,
쓸개가 없어져 소화기능 퇴화로 강제 소식,
사랑했던 술은 쳐다도 볼 수 없었고
조금만 움직여도 몰려오는 피곤함,
황달로 인한 노란 얼굴과 눈,
극찬을 받던 나의 얼굴 피부는
올록볼록한 엠보싱 피지 범벅이 되었으며
온몸에도 여드름이 자라기 시작했다.
항상 잘 웃는 탓에 어려서부터 칭찬을 받아왔고
나 또한 '나는 긍정적이다'라는 마인드로 살아왔는데
이러한 시련은 온통 부정적인 마음으로 탈바꿈하게 만들기 충분했다.
몸과 마음의 고통을 이기기 위해 시작한 게임은
어느새 더이상 올라갈 곳도 없이 마스터 단계로 이르러
그 다음 또 그다음 게임을 찾으며
현실을 잊으려는 도구가 되어 버렸다.
그러던 어느 날 게임 중,
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보았는데
그 안에는 과거 사회생활을 위해
철저한 자기관리 속 자신감 넘치던 내 모습은 온 데 간데 없었고
하루살이 같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내 모습만 남아 있었다.
그러고는 이상하게 자연스레 방 왼쪽에 있던
베란다 창문이 눈에 들어왔는데,
그 창문을 보는 순간,
갑자기 내 머릿속에는
온통 '뛰어내리고 싶다'는 생각이 가득 차 버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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