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궁싯궁싯、

관계 (Part. 5)

그때였다.
신이 있다면 내 기도를 왜곡해서 들어준 것일까?
아니면 그동안 내 행동에 대한 벌일까?

부친의 간암 소식이었다.
당장 다음 날 가기로 한 해외여행부터
미리 잡혀있던 약 3달간의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게 되었다.

 

한 달 반 동안의 금주, 금연..

그리고 시작된 내 간의 약 70% 가까이를
아버지께 이식해드리는 간이식 수술..
외과 수술 중 가장 어려운 장기이식 수술이라
나의 수술 시간만 장장 13시간이었다.

수술 이후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던

고통스럽던 회복기간 중
병문안은 때마침 같은 부서에 있어 찾아온 5명
그리고 20~30년지기 친구들 중 3명.. 끝이었다.
훗, ㅋ

웃겼다.
다 가식이고 다 거짓이었던 인간관계

10년 남짓의 희생과 노력으로 만든 사회생활 인맥은 

전혀 쓸모 없는 관계였고,

추종을 넘어서 복종을 외치던 인간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.

또한 내 삶은 친구 3명으로 끝이었던 것이다.


10개월간의 휴직 기간 중 우울증부터 난치병 재발까지
셀 수조차 없던 몸과 마음의 나락 속에서
유일한 안식처는 책과 게임뿐이었고
내 인생의 제2막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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